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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숲: 바이로이트 기후숲 프로젝트

Hartkeks| 건빵의 보존학|2019. 4. 30. 06:59

부활절 연휴 직후인 지난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바이에른 북부의 작은 대학도시에서는 대규모의 식목행사가 진행됐습니다. 250여 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3일에 걸쳐 4천5백여 그루의 나무를 심은 이 행사의 이름은 '바이로이트 기후숲(Klimawald Bayreuth)'으로, 바이로이트대학에서 생태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세 학생의 주도하에 이뤄졌습니다.

 

기후숲이 위치한 바이로이트 시 외곽 1헥타르의 숲은 그전까지는 소나무(Pinus sylvestris)와 가문비나무(Picea abies) 위주의 평범한 침엽수 단순림이었습니다. 독일의 다른 많은 숲이 그렇듯, 목재생산에 중점을 두었던 이 숲은 기후변화로 인해 심해지는 봄과 여름의 가뭄과 소나무좀에 의한 피해로 빠르게 쇠퇴하고 있었습니다.

 

기후숲 프로젝트를 구상한 세 명의 대학원생은 바이로이트 생태환경연구소, 바이로이트대학 부설 생태식물원, 바이로이트 식량농업산림청, 그리고 바이로이트 산림관리소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했고, 토론을 통해 최소 2℃ 평균 기온 상승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선별했습니다. 수종은 자생종 8종과 도입종 4종으로 구성됐습니다.

 

물과 양분, 그리고 빛에 대한 경쟁을 줄이기 위해 숲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던 소나무와 가문비나무에 간벌이 이뤄졌고, 묘목의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숲 가장자리에는 울타리가 둘러쳐졌습니다. 3일간의 식목행사 이후 숲은 참나무(Quercus petraea)와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를 포함한 열네 수종 이상이 어우러진 혼효림이 되었습니다.

 

기후숲이 기존의 소나무-가문비나무 숲보다 기후변화에 잘 적응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새로 심긴 열두 종이 모두 다 완벽하게 적응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위험관리의 측면에서 보자면 두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열두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죠. 시장을 잘 이해한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

 

지난 130여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 독일의 평균기온은 약 1.5℃ 상승했습니다. 지난 40여 년간 바이로이트의 봄과 여름의 평균 강수량은 각각 50mm 정도 감소했고, 평균기온은 2℃ 가량 상승했습니다. 기후숲은 지구 평균 기온 2℃ 상승 시나리오에 맞춰 설계되었지만, 바이로이트 기후의 변화 속도를 봤을 때 너무 안일한 목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500만 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직전(1750년)을 기준으로 2℃이상 높았던 적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현생인류는 지금보다 추운 지구에는 살아봤지만 지금보다 1℃ 이상 더운 지구에는 살아본 적이 없고, 이렇게 빠른 변화를 경험해본 적도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종목'이 잘 해낼지, '시장'이 어떻게 변해갈지 예상하는 데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인류뿐만이 아닙니다. 숲 또한 지난 최소 지난 500만 년 동안 이 정도의 변화 속도를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바이로이트에서 2℃가 상승하는 데에 고작 40년이 걸렸습니다. 나무의 기준으로 한 세대가 채 되지 않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자생종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한다거나, 지중해의 수종들이 중부 유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고유종을 고집하거나 자연적인 과정에 맡기겠다는 말은 "내 실수로 집에 불이 나기는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다 태우겠다"는 식의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 많은 도입종을 심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가뭄에 취약한 묘목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숲은 넓고 인력과 예산은 부족합니다.

 

기후숲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만족스러워했고, 바이에른프랑켄, 그리고 바이로이트의 여러 매체에서 긍정적인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1인당 탄소발자국을 의미 있는 숫자로 줄이려면 행사의 규모가 최소 10배, 아니 100배 정도 커져야 합니다. 숲은 넓고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기후숲에 묘목을 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채아람